코어 지지층은 정말 식었나? ‘흔들렸다’와 ‘안 흔들렸다’ 사이, 비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량 근거

 

코어 지지층은 정말 식었나

흔들렸다안 흔들렸다사이, 비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량 근거

한 방송에서 대통령 국정 긍정평가의 하락을 두고 두 사람이 부딪쳤다. 한쪽은 코어 지지층이 흔들려서 지지율이 빠졌다고 했고, 다른 쪽은 흔들리는 게 무슨 코어냐고 받았다. 정치 비평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단언과 반대 단언이 오가지만 두 사람은 같은 근거 위에 서 있지 않다. 시청자는 누가 옳은지 알 길이 없고, 사실 두 사람도 모른다.

정의되지 않은 단어, 반증되지 않는 주장

문제는코어라는 단어가 정의되지 않은 채로 쓰인다는 데서 시작한다. 코어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같은 데이터가 정반대로 읽힌다. 자기를 강한 지지자라고 답하는 사람인지(태도 강도), 매번 같은 당을 찍는 사람인지(행동 일관성), 그 정당에 감정적으로 뜨거운 사람인지(정서). 이 셋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대체로 정서가 먼저 식고 행동이 가장 늦게 움직인다. 그래서 정서적 코어는 무르는데 행동적 코어는 그대로일 수 있다. 모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코어다.

더 고약한 건코어가 떠났다는 명제가 종종 반증 불가능하게 짜인다는 점이다. 코어를안 흔들리는 사람으로 정의해 버리면, 흔들린 집단은 자동으로원래 코어가 아니었다로 재분류된다. 그러면 코어가 움직였다는 사실은 영원히 증명할 수 없다. 무엇을 보면 내 말이 틀렸다고 인정할지 댈 수 없는 주장은, 애초에 토론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 아니다. 비평의 최소 기준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숫자를 본다

다행히 이 논쟁에는 검증을 시작할 자료가 있다. 전국지표조사(NBS)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매우 잘하고 있다 / 잘하는 편이다 / 잘못하는 편이다 / 매우 잘못하고 있다로 나눠 정당지지·이념 같은 하위집단별로 공표한다. 여기서매우 잘하고 있다는 강한 긍정, 곧 지지의 강도를 재는 칸이다. 코어가 식었는지 보려면 바로 이 칸을 봐야 한다.

비교 대상은 두 파동이다. 181차는 5 18~20, 182차는 6 8~10일 조사이고, 둘 다 전화면접(CATI)이라 조사 방식의 차이는 없다. 다만 두 파동 사이에 6 3일 지방선거가 끼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제목: 민주당 지지층 국정 평가 강도 변화 - 설명: 전국지표조사 181차와 182차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매우 잘하고 있다 응답이 73퍼센트에서 62퍼센트로 낮아진 반면 긍정 평가 전체는 97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전국지표조사 181·182 ·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대통령 국정 평가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매우 잘하고 있다 73%에서 62% 11%포인트 빠졌다. 강도는 분명히 식었다. 그런데 같은 집단에서 긍정평가 전체(매우 + 잘하는 편) 97%에서 95% 2%포인트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코어는 떠나지 않았다. 열성 지지가 줄어든 만큼 미온적 지지로 옮겨갔을 뿐, 부정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 한 장이 두 사람의 논쟁을 정리한다. 코어의 열기가 식었다고 한 쪽은매우라는 강도의 칸을 읽었고, 코어는 그대로라고 한 쪽은 긍정 전체의 잔류를 읽었다. 둘 다 자기 칸에서는 옳다. ‘누가 옳은가가 처음부터 잘못 던진 질문이었던 셈이다.

정당지지별로매우 잘하고 있다비율을 늘어놓으면 그림이 더 분명하다.

정당 지지

181

182

Δ%p

전체

40

31

−9

더불어민주당

73

62

−11

국민의힘

6

3

−3

없음·모름(무당)

12

8

−4

표본 수가 30~40명 안팎인 군소정당 지지층은 표본오차가 커 제외했다. 단위 %, 가중 기준.

식었다떠났다는 다르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식었다는 이 자료로 말할 수 있지만떠났다는 그렇지 않다. 전체매우 잘하고 40%에서 31%로 빠진 약 9%포인트를 분해하면, 74%는 자기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집단 내부에서 강도가 식은 몫이고 26%만이 표본의 정당 구성이 바뀐 몫이다. 하락의 대부분은 아직도 자기를 민주당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미지근해진 결과라는 뜻이다.

여기엔 횡단조사의 구조적 한계가 깔려 있다. NBS도 갤럽도 매번 다른 사람을 조사한다. 그래서 셀의 분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보여줘도 누가 어디로 갔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정당일체감은 내생적이다. 대통령이 실망스러우면 지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아예민주당 지지라고 답하지 않는다. 그러면 남은 민주당 셀은 불만층이 빠져나간 생존자들이라 셀 안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단단해 보인다. 여기에 실망한 지지자가 응답을 덜 하는 차등 무응답까지 겹치면, 실제 이동이 없어도이탈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특정 개인들이 코어에서 이탈했다는 강한 명제는 공표된 횡단자료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증명하려면 같은 응답자를 다시 면접하는 패널이 필요하고, 코어를현재 정당지지가 아니라 지난 대선 투표처럼 잘 바뀌지 않는 표지로 고정해야 한다. 그 설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떠났다는 추론에서 측정으로 바뀐다.

결국 기준의 문제

이 글의 요점은 누가 방송에서 이겼느냐가 아니다. 기준이다. ‘코어가 떠났다같은 명제는 입 밖에 내기 전에 세 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코어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밝히고, 무엇을 보면 틀렸다고 인정할지 정하고,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정량 근거에 먼저 대보는 것.

그 절차를 밟으면, 이번 사안의 정직한 결론은 양쪽이 주장한 것보다 좁고 또 흥미롭다. 코어의 열기는 식었지만 코어는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냉각이 선거 전후의 일시적 반응인지 추세적 변화인지는 두 점만으로 가를 수 없다. 183, 184차가 같은 방향을 한 번 더 가리킬 때 비로소추세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

근거 없는 단언보다 나쁜 건 어떤 숫자를 들이밀어도 끝내 바뀌지 않는 태도다. 비평이 그 선을 넘지 않으려면, 최소한 숫자를 먼저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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